구이용 소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부위가 바로 안심과 등심, 그리고 갈비살 등 특수부위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스테이크용 3대 부위를 꼽으라고 하면 안심, 등심과 함께 채끝부위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오늘은 3대 스테이크 부위인 안심, 등심, 채끝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등심
등심은 소의 등 쪽에 위치한 고기로 맛이 진하고 구워 먹어도 충분히 부드럽기 때문에 채끝살, 안심과 더불어 소고기 3 대장에 속합니다.
소의 신체적 특성상 등 부위의 운동량이 적으므로 매우 부드럽고 마블링이 많은 부위에 속하며, 특히 곡물을 다량으로 먹인 곡물비육우는 이 등심의 결마다 마블링이 형성되어 열을 가하면 지방이 녹아 나오면서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풍성한 맛을 선사합니다.
지방층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을 선호하며 그것을 마블링이라고 칭하고 이 마블링이 고기의 품질과 가격에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근육 내 쇠고기 지방은 미디엄 레어 온도에서도 충분히 익으며 바싹 익힌 고기는 기름기가 쭉 빠져나가 기름의 풍미가 오히려 부족해지며, 웰던 스테이크를 굽는 이유는 표면의 크러스트를 극대화해 마이야르 반응을 통한 풍미를 얻는 것이지 기름을 녹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분류 상으로 등심 부위는 윗등심, 꽃등심, 아랫등심으로 나뉘나 수입산 소고기는 척아이롤과 립아이롤 부위로 나뉩니다.
1. 윗등심
소의 흉추 1번부터 5번까지 붙은 등심 부위로 목덜미 인대, 살치살, 등심 덧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치살은 흉추 3번에 제일 크게 붙어 있으며 흉추 1번과 5번에는 살치살이 없습니다.
2. 꽃등심
꽃등심은 립아이 중에서 흉추 6번부터 9번에 붙은 고기로, 단면적이 넓은 부분이라고 하여 라지 엔드(Large End)라고 불리며, 척(Chuck) 부위에 가까운 부분이라고 하여 척 엔드(Chuck End)라고도 불립니다.
전체적으로 마블링이 제일 높은 부위지만 근내 지방뿐만 아니라 근간 지방도 많아 스테이크용 고기의 경우 손질 과정에서 많은 지방이 제거되기도 합니다.
3. 아랫등심
아랫등심은 립아이 중에서 흉추 10번부터 12번에 붙은 고기로, 단면적이 좁은 부분이라고 하여 스몰 엔드(Small End)라고 불립니다.
또한 쇼트 로인(Short Loin)및 채끝(Striploin) 부위에 가까운 부분이라고 하여 로인 엔드(Loin End) 또는 스트립 앤드(Strip End)라고도 불립니다.
알등심의 마블링이 줄어들고 채끝살과 비슷한 식감이 나오며, 실질적으로도 꽃등심과 아랫등심은 구분이 어려우므로 편의상 아랫등심도 꽃등심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떡지방이 없고 마블링이 과하지 않아 스테이크에 가장 최적화된 부위로 칩니다.
4. 척아이롤
척아이롤(Chuck Eye Roll)은 경추 5번과 6번에 붙은 목심과 흉추 1번부터 5번까지의 윗등심으로 구성된 부위입니다.
등심 중에서는 마블링이 가장 적으므로 칼로리가 낮은 편이고, 한우의 경우 원육을 발골하는 과정에서 목심과 윗등심을 분리하므로 척아이롤 정형이 나올 수 없으며, 수입산 쇠고기로만 유통됩니다. 마블링이 적어 고소한 맛이 덜하다는 특성상 립아이에 밀려 매우 천대받는 부위입니다.
5. 립아이
립아이(Ribeye) 또는 립아이롤(Ribeye Roll)은 흉부 6번부터 12번까지의 등심을 뜻합니다. 한우 기준으로 꽃등심과 아랫등심이 여기에 해당되므로, 립아이를 무조건 꽃등심으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토마호크(Tomahawk)는 립아이에서 갈비뼈와 갈비살이 붙어 나오는 고기 정형이며, 원래는 수입산 쇠고기에만 존재하는 정형이지만 최근에는 한우에도 토마호크 정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채끝
채끝살은 소의 립아이를 구성하는 알등심살에서 분화된 부위로 쇼트 로인의 일부이며, 소를 몰 때 사용하는 채찍의 끝 부분이 닿는 부위라고 하여 채끝살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묵직하고 담백한 식감이 특징이며 소고기 부위 중 가장 밸런스가 훌륭한 맛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가장 호불호가 적은 부위이며 질기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딱 적절한 식감 덕에 스테이크로도 많이 소비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마블링은 대체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평균 수준이지만 소의 상태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좁은 축사에서 사료를 먹인 고등급 한우나 와규의 채끝살은 마블링이 거의 꽃등심 수준으로 많으며, 방목하여 풀을 먹인 호주산 소고기의 채끝살은 마블링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소 한 마리당 약 8.2kg 정도 나오는 귀한 부위이기도 합니다.
쇼트 로인(L본, T본, 포터하우스) 정형의 고기에는 채끝과 안심이 모두 붙어있는데, 안심보다 채끝살의 크기가 더 편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제품 설명에 등심과 안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표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고기를 아주 크게 분류한다면 채끝살도 등심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으며, 미국 현지에서도 종종 쉽게 등심과 안심이 같이 뼈에 붙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채끝살을 등심과 구별하는 것이 맞습니다.
채끝살은 소의 부위 중에서 마블링이 보통이고 안심과는 달리 육질이 묵직한 편이어서 채끝 스테이크를 먹을 때에는 미디엄 레어로 굽는 게 좋습니다.
특히, 소의 지방 함량이 적은 수입산 채끝의 경우에는 미디엄으로 익혀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퍽퍽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며, 구이용으로 얇게 구워 먹을 때에도 채끝을 너무 오래 구우면 질겨지기 쉽습니다.
채끝은 익는 속도가 등심보다는 빠르고 안심보다는 느린 편이니 스테이크로 구울 때에 불조절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방 함량이 높은 1등급 이상의 한우 채끝으로 구워 먹으면 식감이 조금 부드러워지며, 숙성된 채끝 고기를 활용하거나 생고기 채끝을 연육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육회나 육사시미로도 사용되는 부위는 일반적으로는 사태나 우둔살을 사용하지만 그 두 부위는 고기가 질기고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비싼 음식집에서는 부드럽고 지방이 약간 있는 채끝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안심
등심에 있는 알등심살에서 분화된 부위로 쇼트 로인 (L본, T본, 포터하우스)의 일부로, 쇼트 로인에서 채끝살이 붙어있는 등뼈 바로 밑에 붙어있는 작은 기둥 모양의 근육덩어리입니다.
소 한 마리를 정형했을 때 나오는 식용 부위 중 8k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희소 부위로 식감이 매우 훌륭한 부위로 인기가 많습니다.
영어로는 Tenderloin(미국식)/Filet(유럽식)이라고 하며, 보통 소고기의 육질을 좋게 하는 마블링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육질과 풍미가 독보적으로 탁월하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유는 등심의 길항근인 안심은 운동량이 더욱더 적어서 근육의 결이 곱고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소의 뱃살(양지 부위)이 질긴 것은 되새김질을 위해 엄청난 크기로 발달한 내장을 지탱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다리(사태)와 목(목심)이 질긴 건 체중을 감당하기 위해 부담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소고기의 정형에 따라 살치살, 립아이처럼 더 비싼 부위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분류이자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부위는 단연 안심입니다.
안심의 주위는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정형(겉 지방 제거)을 마친 안심 부위에는 지방이 거의 없으며, 육질이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말랑하고 육즙, 육향 역시 풍부합니다.
부위 특성상 지방이 맛에 거의 관여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1++ 등급의 마블링이 화려한 소여야 맛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풀을 먹여 키워 마블링이 적은 소의 안심이야말로 깊은 맛을 내기도 합니다.
지방기가 적으면서도 육질이 비교적 부드러워서 살코기 맛을 음미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상의 부위이며, 보통 지방 많은 등심보다는 살짝 덜 구워서 미디엄 레어 정도로 먹지만 의외로 웰던으로 먹어도 다른 부위에 비해 훨씬 덜 질긴 것이 특징입니다.
지방이 매우 적으면서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맛 또한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용으로 쓰면 최고인 부위지만 가격 때문에 매번 운동 후 챙겨 먹기에는 힘든 건 사실이기 때문에 맛은 떨어져도 저렴한 닭가슴살을 먹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심은 비싼 만큼 조리하기 어려운 부위이기도 한데, 스테이크감으로 자주 쓰는 채끝살, 등심처럼 쫄깃하고 묵직한 지방질의 고기는 다 굽고 나서 레스팅을 한다고 온도가 확 올라가지 않지만 안심은 연하고 쉽게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기 때문에 레스팅 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많이 올라갑니다.
등심과 채끝은 미디엄으로 구우면 레스팅 하고 나서도 미디엄에서 약간 미디엄 웰던에 가까울 정도로 익는다고 하면 안심의 경우에는 미디엄으로 구우면 레스팅 이후에 완전히 미디엄 웰던이 돼버립니다.
즉, 레어 안심을 원한다면 기름에 튀기고 굽는다는 느낌보다는 살짝 데친다고 생각하고 정말 빠르고 짧게 구워야 하기 때문에 T본, 포터하우스 같은 쇼트 로인 스테이크의 조리 시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