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는 피가 가장 얇은 돼지 소창에 채소나 당면, 선지 등을 속으로 채워 만들어낸 음식입니다. 예전엔 소, 양, 심지어 개의 내장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돼지의 내장만을 순대의 외피로 사용해 찹쌀, 찰, 피순대, 암뽕, 아바이, 용궁, 백암, 병천, 수애 등 다양한 종류의 순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순대의 종류
1. 찰순대(당면순대)
당면순대는 당면이 주 재료인 일명 '찰순대'로 순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일반적인 순대를 말합니다.
지금은 길거리 순대, 당면 순대, 시장 순대, 분식집 순대, 포장마차 순대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보통 '순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순대입니다.
보통 채소, 선지, 찹쌀도 함께 들어가지만 저가형의 경우에는 채소, 찹쌀이 빠지고 내용물의 대부분이 단순히 당면으로만 가득 채워져 순대 본연의 감칠맛을 표현하지 못하고 당면말이를 먹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재료 속 탓에 찰순대는 거기서 거기 일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제조사별로 잡내를 잡는 재료를 아끼게 되면 그 맛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쫀득한 찰순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종류의 순대는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선호도가 높기도 합니다.
해방 이후 순대는 고가의 음식이었으나, 196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정부가 양돈 사업을 육성함에 따라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돼지 부속물과 창자의 가격이 많이 내렸고, 여기에 저렴한 당면을 주 재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 당면순대가 대중화되었습니다.
1970년대 초반부터 내장을 제거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돼지 부속물이 많이 유통되었고, 이에 당면순대의 보급이 뒤따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 당면순대의 90%가량은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분식 메뉴이기도 합니다.
2. 찹쌀순대
찹쌀순대는 찹쌀로 만든 당면을 사용한 순대, 또는 찹쌀밥을 속으로 사용한 순대를 말합니다.
흔히들 찹쌀순대와 찰순대가 같은 것이 아닌지 착각하기도 하는데, 찹쌀순대는 찹쌀에 선지가 아닌 돼지 피가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색이 시커먼 데다, 아무리 잡내가 안 나게 잘 만들어도 매우 느끼하고, 뻑뻑해서 얼큰한 국밥에 넣거나 2차 가공을 하지 않으면 쉽게 물리게 될 수 있습니다.
북한과 연변의 순대는 거의 대부분 당면이 아닌 찹쌀과 맵쌀을 섞어 만듭니다.
3. 피순대
피순대는 선지가 주 재료인 순대로 당면은 넣지 않으며, 선지, 채소, 다진 고기 등이 들어갑니다.
피순대는 내장에 선지까지 들어가다 보니 잡내가 강해서 호불호가 매우 심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전라북도 전주시와 완주군, 논산시 연산면의 피순대가 유명한데, 다른 부재료는 거의 들어가지 않고 선지와 극미량의 야채 건더기 정도만이 들어 있는 비주얼이 매우 압박이지만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하는 집에서는 돼지 잡내, 피 비린내 등의 잡내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비주얼만 보고 기겁했던 사람들이 맛을 보고 놀라기도 합니다.
콩나물이 소량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흔하지는 않으며, 외피는 소창을 쓰는 집과 막창을 쓰는 집이 혼재되어 있는데, 특히 이 둘을 다른 메뉴로 주거나 섞어 주기도 하며, 막창순대는 씹으면 나오는 고소한 지방맛이 일품입니다.
충남의 피순대는 병천 순대에서 파생된 것으로, 찰밥이나 당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선지와 콩나물이 주를 이룹니다.
비록 파생품이지만, 맛이 지나치게 달라서 전혀 다른 요리로 구분하고 있으며, 꾸득꾸득하게 말리기도 합니다.
논산시 연산면에는 이 피순대를 중심으로 연산 순대마을이 조성되어 있는데, 대전의 농민순대처럼 피순대에 당면을 어느 정도 넣어 찹쌀순대와 피순대를 절충한 형태의 순대도 간혹 보입니다.
4. 백암순대
삶은 채소와 고기, 기타 돼지고기 부속물 등의 큼직큼직한 소가 들어간 고기순대로, 터질 듯한 비주얼과 식감이 특징인 순대로, 백암장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선지의 비율이 적고 소의 비율이 많아 비교적 색상이 밝으며 경기도 지역의 음식답게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입니다.
돼지창자 속에 깨끗한 선지를 비롯 호박·부추·숙주·두부·콩나물 등의 채소를 가득 넣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밝은 색깔은 돼지가 아닌 소 선지를 사용해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깔끔한 맛과 푸짐한 비주얼 덕에 내장류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백암순대는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만 맛 자체는 심하게 말하면 속에 들어가는 소의 구성비로 보면 그냥 고기만두랑 비슷한 느낌이라, 뭔가 밍밍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5. 병천순대
병천순대는 충청남도 천안시 병천면 일대의 순대로 돼지의 소창에 선지, 들깨, 배추, 파, 고추, 찹쌀 등을 넣어 만들며, 1960년대 초반 병천 일대에 햄 공장이 생기면서 육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돼지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하여 순대를 파는 가게가 들어선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순대 중에서 백암순대와 함께 가장 유명한 순대로 고기는 거의 빼버리고, 선지와 채소, 찹쌀로만 만드는 순대이며, 종종 당면이 약간 들어가는 집도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만세 운동으로 유명한 병천(아우내) 5일장에서 주로 만들어 팔았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백암순대와 달리 선지의 비율이 높아 색상이 어둡고 맛이 진하다. 일종의 피순대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타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수제순대'라고 팔리는 것은 대부분 병천순대와 비슷한 경우가 많으며, 프랜차이즈화까지 되었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순대입니다.
그리고 병천 순대는 부산물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타 지역보다 푸짐하고 부드럽게 삶아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병천의 원래 이름인 우리말 '아우내'에서 이름을 따 "아우내 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6. 암뽕순대
암뽕순대는 돼지 막창으로 만든 순대와 새끼보(자궁, 암뽕)를 함께 내놓는 음식입니다.
암뽕이라는 이름 때문에 새끼보 즉 돼지의 자궁에 재료를 넣어 순대를 만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새끼보가 아닌 막창에 선지와 채소 위주의 재료를 넣어 만들고 암뽕을 함께 곁들여 먹는 것으로, 순대의 소는 피순대와 병천순대의 중간 스타일입니다.
암뽕순대라는 말은 전남 담양에서 암컷 돼지의 자궁이 봉우리와 모양이 유사한 점에서 착안하여 ‘암퇘지 봉우리’의 두문자어인 ‘암봉’으로 부르던 것이 경음화로 ‘암뽕’이 되었고, 1990년대 초반 TV 프로그램에 ‘암뽕과 순대’가 ‘암뽕순대’로 소개되면서 전국에 퍼지게 된 이름입니다.
피순대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순대라면, 암뽕순대는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순대로, 일반 수제 순대가 그렇듯 고급 순대에 속합니다.
7. 아바이순대
아바이순대는 함경도식 순대를 변형하여 보통 순대 외피로 돼지의 소창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돼지의 대창에 선지, 찹쌀, 우거지, 숙주, 배춧잎 등을 넣어 만든 순대로,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특산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청호동은 본래 모래 해변에 불과하였으나, 한국 전쟁 중 1.4 후퇴 이후 함경남도의 실향민들이 집을 짓고 정착하여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흔히 1960년대 초반부터 아바이순대가 판매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1990년대 초반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접두어로 붙은 '아바이'는 '아버지'나 '아저씨'를 뜻하는 존칭 격 함경도 사투리로, 명확한 기원이 밝혀진 건 아닙니다.
첫 번째는 실향민이 서울에서 오픈한 순대 전문식당에서 메뉴 이름이 아바이 순대였는데, 이 가게가 북한식 원조 순대가게로 인기를 끌면서, 북한식 순대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두 번째는 어슷 썰어서 크기가 큰 아바이순대가 일반순대에 비해 큼직한 크기(3.5cm 이상, 5-6cm까지)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8. 오징어순대
속초 인근에 정착한 이북 출신 피난민들이 구하기 어려운 돼지창자 대신 오징어를 쓴 데서 유래하여 지금은 속초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본래는 그냥 오징어의 내장을 파내고 소를 채워 쪄먹는 일반 순대와 유사한 형태였으나, 일반 순대와 달리 점착력이 없어 소가 잘 빠지는 단점 때문에 근래에는 계란물을 입혀 부치는 형태가 유행하고 있으며, 잘하는 곳은 입안 가득 차게 크게 만들어 오징어의 쫄깃함과 소의 식감이 입안에 잘 어우러지게 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오징어피는 식재료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해서 넣지 않으며, 오징어의 몸통에 찹쌀과 다진 오징어 다리, 각종 채소를 넣어 만듭니다.
- 먹물과 내장까지 오징어 한 마리를 통으로 쪄서 내오는 오징어통찜과는 다른 음식입니다. 경상도지역에 가서 오징어순대를 시키면 오징어통찜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돼지창자와 선지로 만든 순대를 생각하고 먹으면 당연히 맛이 다른데, 마치 오징어 동그랑땡 같은 맛을 낸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계란을 씌워서 부친 버전들은 겉에 오징어링이 있다는 것 빼고는 해물 동그랑땡과 맛 차이가 거의 없고, 다만 찹쌀이 들어가 약간 속이 찐득한 느낌이 있으며, 또 속의 찹쌀밥알이 지질 때 기름을 잔뜩 흡수해 찐득하고 느끼함을 배가시키기도 합니다.
일부 탈북민들에 따르면 오징어순대 자체가 본래 함경도 음식이라고도 하는데, 기름에 지지는 방식도 기름진 것을 즐기는 북쪽 지방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9. 용궁순대
용궁순대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일대의 순대이다. 돼지의 막창으로 만들며, 5일장인 용궁시장 인근에 많이 있던 돼지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하여 탄생하였습니다.
10. 수애
수애는 순대를 뜻하는 제주도말입니다. 수웨 또는 돗수애(돝수웨)로 불리기도 하는데, 선지에 메밀가루나 보리가루를 섞어 만들며, 원나라의 고려 침략기 때 몽골의 영향으로 탄생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선지에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섞은 뒤 양의 내장에 채워 만드는 몽골식 피순대인 게데스 초스와 유사하며, 쌀이 귀했던 만큼 찹쌀 대신 재배 기간이 짧은 메밀이나 보리를 가루로 내어 선지와 섞어 순대를 만든 탓에 다른 지방의 순대보다 수분과 지방이 적어 굉장히 퍽퍽하고 건조한 맛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