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되어 사천시가 출범한 이래 행정상으로는 삼천포라는 지명이 사라졌지만, 통합 전 사천읍과 삼천포시의 생활권이 서로 다른 관계로 육로나 항만 등의 교통분야에서는 삼천포라는 이름이 아직 건재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삼천포와 관련된 유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천시의 탄생
삼천포는 1956년 사천군의 남양면을 편입하여 삼천포시로 승격된 이래 1995년 5월부로 다시 사천군과 행정구역을 개편하여 사천시로 통합되었으며, 지금은 행정구역상의 지명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 하지만 여전히 삼천포항, 삼천포터미널 등의 옛 지명은 꾸준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버스터미널도 사천터미널, 삼천포터미널이 별개의 위치에서 동시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지(진주, 부산, 마산, 창원, 대구, 서울 등)에서 사천시로 들어오는 버스들은 사천터미널을 경유하여 삼천포터미널을 종점으로 삼고, 반대로 사천시에서 타지로 나가는 버스들은 삼천포터미널을 기점으로 삼아 출발하여 사천터미널을 경유하여 목적지로 향하는 방식으로 노선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 고성 통영 방면 노선은 노선구조상 사천터미널과 삼천포터미널에서 상호 경유 없이 독자적으로 노선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도시 명칭은 '사천시'이다 보니, 실제로는 삼천포가 목적지인 여행객들도 사천터미널에 내려 불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삼천포라는 도시를 버스로 찾으실 분들은 '사천'이 아닌, '삼천포'에서 내리시는 것이 보다 편리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반대로 사천읍이 목적지인데 버스에서 내릴 위치를 혼동하거나 졸아버릴 경우 종점인 삼천포까지 실려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을 몸소 실제 체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삼천포 사람들은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이 말 덕분에 남쪽 끝단의 작은 포구인 삼천포가 도시 규모에 비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삼천포로 빠지다 유래
1. 통설로는 1960년대 진삼선 열차가 운행하던 시절 부산, 마산 방면에서 진주행 열차와 삼천포행 열차를 복합열차 형태로 운행하다가 개양역에서 열차를 진주행과 삼천포행으로 분리하여 운행했는데, 진주 쪽으로 갈 승객들이 술을 마시고 잠들거나 해서 옮겨 타지 못해 엉뚱하게 진주가 아닌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일이 왕왕 발생하여 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 진삼선은 과거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철도 노선으로, 진주시 개양역과 삼천포시 삼천포역을 잇는 총연장 29.1km의 단선철도였으며, 승객수요 감소 및 시외버스와의 경쟁으로 인해 1980년 10월 1일부터 여객열차 운행이 중지되었고, 1990년 1월 20일 공식적으로 폐선됩니다.
2. 또 다른 설로는 조선 후기 수군 총사령부가 있던 통영에, 보고를 마치고 본 대로 귀환하는 수군이 길을 잘못 들어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잦아 이 말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며,
3. 조선시대 조정 대신이 임금에게 벌을 받아 귀양을 가게 되면 이곳 '삼천포'를 거쳐 외딴섬으로 많이 갔다고 하며, 이에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의 뜻은 결국 이런 설들을 종합 정리해 보면 다른 지역으로 가려다 본의 아니게 삼천포로 잘못 빠졌다는 뜻으로 삼천포가 '본래의 목적지'가 아닌, '어쩌다 보니 실수로, 도착한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다소 부정적 의미로 해석되게 됩니다.
삼천포의 근현대 발전사
삼천포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항구도시로서 번성하였으며, 1950~60년대에는 지정학적으로 풍부한 어족 자원을 보유한 한려수도 청정해역으로, 수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그리고 내륙과 남해 바다를 잇는 3번 국도의 종점 항구로써의 이점, 이에 부가하여 진삼선이라는 철도망까지 부설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항구도시 발전가능성이 높게 여겨졌던 곳이었습니다.
이에 1956년 사천군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삼천포시로 승격이 되었는데, 현재 시(市) 단위급 행정구역이 즐비한 경기도에서 삼천포보다 먼저 시(市) 단위로 승격한 곳은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가 유일하다는 점, 그리고 유사한 항구도시로서의 성격을 갖고 현재 광역시로 성장한 울산의 시 승격이 삼천포보다 늦었던 점 등을 비교해 보면 시 승격 당시 신생 삼천포시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역민들의 기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삼천포에서 생산되는 쥐치포(쥐포)가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으면서 ‘삼천포 개는 천 원짜리는 안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삼천포지역은 호황을 누렸다고 합니다.
어업이 상당히 번성했던 옛날에는 쥐치를 직접 잡아서 가공하였으나, 지금은 예전만큼 쥐치가 많이 잡히고 있지 않으며, 쥐치가 많이 잡히지 않게 된 이후에는, 태국이나 베트남, 중국산 어육을 사용해서 가공만 해서 파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쌓아둔 노하우가 어디 가지는 않아서, 타 지역의 쥐포보다는 맛있는 편이라고 하며, 쥐포만큼이나 전어도 매우 유명한데, 전국 전어 어획량의 80%를 이곳 삼천포를 중심으로 남해 해역에서 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에 고속도로망과 산업단지들이 울산, 창원 등 동부경남권에 집중되어 경남권 경제의 중심축이 동부지역으로 쏠리면서 서부경남권 남쪽 끝단에 위치한 삼천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고 지역 발전이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삼천포를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였던 진삼선이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청정 해역을 자랑하던 삼천포 연안 인근에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어획량이 급감하는 치명타를 입으며 수산업 도시로서의 경쟁력도 점점 소멸되게 됩니다.
이렇게 도시 성장이 침체되면서 삼천포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도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과 연관되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하였지만, 2000년대 이후 3번 국도의 삼천포-남해 구간 직결교량인 창선삼천포대교의 개통, 사천바다케이블카 등 관광 자원이 확충되면서 최근에는 '잘 나가다가 실수로 빠져버려 도착하는 곳'이 아닌,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일부러라도 빠져보고 싶은 도시'로 변하게 됩니다.
창선삼천포대교의 개통으로 삼천포는 기존에 누리던 3번 국도의 종점 항구로써의 지리적 이점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경관의 관광자원과 인근 남해군과의 교통수단이 확충되어 남해군 동부지역이 삼천포 생활권으로 편입되고, 통영-고성-사천-남해를 연계하는 한려해상 관광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였습니다.